2천cc 회장님 차, 재규어 XJ 2.0

2천cc 회장님 차, 재규어 XJ 20 엔진 사이즈를 줄이는 ‘다운사이징’이 대세다

배기량을 줄여서 연비를 올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여기엔 원칙이 있다 배기량을 줄이지만 파워는 유지하는 게 다운사이징의 키 포인트다 세상에 힘 모자른 차를 찾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BMW, 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로 기꺼이 다운사이징하는 이 시대에, 재규어도 기쁘게 동참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매우 과감하다 커다란 XJ하고도 길이를 늘린 XJ-L에 2천cc 엔진을 집어 넣었다 한 마디로 회장님 차에 2천cc 엔진을 집어 넣은 것 약간 과장된 말로는 기다란 에쿠스 리무진에 쏘나타 터보 엔진을 넣은 거라고 할 수 있겠다 ‘정말 안 부족할까?’하고 의심케 하는 재규어 XJ-L 20 의 시승 느낌을 간략하게 적었다

엔진만 바뀐 거라서 시승기가 단출하다   겉모습이 시점에서 겉모습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또한 겉모습은 거의 변한 게 없다 눈에 띄는 것은 엉덩이에 2리터 엔진에 관한 어떠한 흔적도 없다는 거다

같은 날 출시된 30리터 슈퍼차저 엔진만 엉덩이에 ‘30’이라는 레터링이 붙어 있다 20리터 엔진이 달린 XJ에는 18인치 휠이 붙어있는데, 덩치가 커서 그리 커보이진 않는다 30리터 모델엔 19인치 휠이 붙는다 XJ는 꽤 긴 차다 기본 모델도 5,137mm나 되고, 뒷좌석을 늘린 롱휠베이스 버전은 5,252mm다

참고로 에쿠스는 기본 모델이5,160mm, 리무진 버전은 5,460mm다     속모습2리터 가솔린 엔진이 들어갔다고 해서 값싼 소재를 쓰진 않았다 2리터 엔진이 들어갔지만 1억이 넘는 회장님 차이기 때문이다 실내 구성은 30모델과 같다

실내 소재나 편의 사양을 빼지 않았다 데시보드는 여전히 가죽으로 덮여 있고, 시트도 질 좋은 가죽으로 만들었다 다만 통풍시트는 빠져 있다   달리는 느낌배기량 1,999cc에 터보를 달고 240마력, 토크는 34

7kgm 5미터 넘는 대형세단을 끌기에 부족하지 않을까? 하지만 우려했던 ‘힘 부족’은 없었다 2리터 엔진이 5미터 넘는 회장님 차를 꽤 잘 끌고 달렸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이 8초 정도 나왔다 부족하지 않았지만 여유롭지도 않았다

초반 가속은 아주 약간의 주춤거림(터보랙이 많이 줄었음) 뒤에 팽팽한 파워가 터져 나왔지만, 이내 시속 100km를 넘어서거나 오르막길을 만나면서 조바심이 났다 가속패달을 꾹 밟으면 기어가 2단계 툭 내려가면서 힘겨운 엔진소리가 난다 8단 변속기는 가속 패달을 까닥거릴 때마다 분주하게 오르내린다 재규어 홍보담당자는 “4기통 엔진이 V6 엔진을 대체한다”고 말했다 240마력에 토크가 34

7kgm이므로, 스펙 상으로는 손색이 없다 하지만 감성까지 채운진 못했다 V6의 여유와 관용이 4기통 터보엔진에선 부족하다 3시간의 시승 동안 4기통 엔진의 맹렬한 사운드가 고막을 울렸다 V6의 부드럽게 숙성된 배기음이 살짝 그리웠다

  놓치면 안 되는 특징재규어는 카오디오에 남다른 공을 들인다 영국 귀족의 응접실처럼 귀하게 꾸미고 질 좋은 오디오를 집어 넣는다 이전엔 스피커 잘 만들기로 유명한 바우어앤윌킨스(Bower & Wilkinson) 오디오가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부터 메리디안(Meridian) 오디오로 바뀌었다

바우어앤윌킨스가 스피커를 주로 개발한 회사인 반면 메리디안은 스피커를 포함한 앰프나 디지털기기까지 만드는 회사다 디지털 음원을 주로 즐기운 요즈음 트렌드에 맞춘 변화다 실제 청음에서도 휴대폰으로 다운 받은 조용필의 ‘모나리자’를 낭창거리는 사운드로 뿌듯하게 연주해줬다   기억해야 할 숫자들재규어 XJ에 들어간 20 터보 엔진은 재규어 XF는 물론, 레인지로버 이보크에도 들어가 있다

모두 240마력에 토크가 347kgm로 포드로부터 공급받는 엔진이다 포드의 ‘에코부스트’ 엔진이 재규어-랜드로버에도 들어간다 다만 포드 에코부스트 엔진은 243마력에 토크가 373kgm으로 재규어-랜드로버에 공급하는 것보다 출력이 다소 높다

2리터 터보엔진으로 다운사이징한 재규어 XJ는 기본형(숏-휠베이스)1억990만원이고, 이 차의 허리를 늘려 뒷좌석을 넓힌 롱-휠베이스 버전은 1억2,190만원이다 기다란 영국제 세단과 2리터 터보 엔진의 조합은 제임스 본드 역에 성룡이 발탁된 것처럼 당황스럽다 그런데 전혀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다 기품은 좀 아쉽지만